▷ 참고자료2014.03.23 13:24



도용 발각에 대한 사죄문을 빙자한 변명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의 혼용을 막고자 '모나리자'를 예시로 가능한 알기쉬운 해설을 써보고자 한다. 이전 참고자료로 작성했던 파쿠리란?[링크], 도용의 정의[링크] 포스팅과 약간 내용이 겹친다.


고해상도 원화 이미지 출처 ☞ 영문 위키페디아 모나리자[링크], 모자리자 레프리카[링크] 항목



원작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모나리자.

원작자 사후 500년 가까이 지났기에 저작권은 먼 옛날에 소멸되어 그림 자체는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모나리자를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사진 촬영자에게 있다. 이건 다른 고전회화나 문화재 등도 마찬가지.



모작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제자가 원작과 같은 시기에 원작을 모사한 것이라 추정하는 모작.

밑그림은 레오나르드 본인이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이야 제자 작품이라고 그럭저럭 명화 취급을 받지만 꽤 최근까지 가치 없는 짝퉁이라 여겨졌다고 한다. 모작, 복제품의 가치란 대체 그런 편.

(하지만 모나리자 같은 '문화재' 영역의 명화는 제작시기가 원작과 가까운 모작일수록 훼손되기 전의 형태를 추정할 수 있는 연구자료로 학술적인 가치는 높다고 할 수 있다또 대체 전시 등 진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상품판매 용도로 원작 수준의 최상급 복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모사(模寫)란, 원작을 흉내내어 똑같이 따라 그리거나 본을 떠서 베끼는 작화 기법.

글씨나 그림에 한하지 않는 모방(模倣)이란 단어도 있다.

模(모) : 본떠서, 寫(사) : 베껴 그리다/쓰다.

模(모) : 본떠서, (방) : 흉내내다.

모사/모방해서 만든 작품이 모작(模作), 원본을 똑같이 재현한 것이 모조(模造)나 복제(複製) 또는 레프리카(replica).

남의 작품을 원작자/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몰래 따라해서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대중에게 발표하면 표절(剽竊).

剽(표) : 빼앗다, 竊(절) : 도둑질하다

 

기준점을 중심으로 겹쳐본 것.

모작 쪽 손 위치가 더 높음. 뺨도 더 갸름하고 미간이 좁다. 얼굴 윤곽, 옷 주름 형태 등 세부 묘사도 전부 다르다.

비율을 맞춰서 제작하긴 했는지 머리, 눈, 목, 손, 어깨폭 등이 거의 일치하긴 한다.


얼핏 똑같아 보이는 부분이라도 모사는 트레이싱과 달리 완벽하게 같은 형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해둔다.

[열기] 원작-모작 세부 비교 검증


또다른 모나리자의 모작들.

 

좌) 원작과 제작시기가 같다고 여겨지는 모작, 우) 다빈치의 진품이냐 아니냐 논쟁중인 아일워스 모나리자



오마주/패러디

  

좌) 페르난도 보테로의 모나리자, 우) 수잔 허버트의 모나리자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진주를 단 여인.

(얼굴과 오른손은 원작을 모사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카미유 코로는 신고전주의파의 대표적인 '풍경화가'이기 때문에 이 인물화는 모나리자(또는 레오나르드 다 빈치)에 대한 오마주로 평가받는다.)


오마주와 패러디는 대게 제작자의 제작의도나 목적으로 어느 쪽인지가 결정되다보니 비슷한 의미로 병용되곤 한다. 확실히 원작의 요소를 그대로 살려 놓으면서 작가 개인의 표현법으로 새로이 해석해낸 독자적인 작품이며 제대로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면 표절작이 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존경과 찬사의 의미를 담았다면 오마주 / 풍자와 비판, 웃음이 목적이라면 패러디다. 대게 오마주는 고전 작품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 반면, 패러디는 당시 유행하는 것이나 일시적으로나마 화제성 짙은 것을 풍자하는 수단으로 쓰이곤 한다. 

회화 분야의 오마주와 패러디 작품은 모사와 트레이싱, 리터칭 등의 기법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밑에 설명할) 원작을 '참고' 하여 그려지곤 한다.


이전 어디선가 보고 감탄했던 누군가의 해설을 인용하자면, 오마주는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 원작의 매력을 전하거나 원작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는 것이고 패러디는 원작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며, 만약 원작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그건 도용이고 표절이다.

(근데 서브컬쳐계 2차창작물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흥미유발이 목적이라 할지라도 전부 '패러디'라 부른다)


각종 패러디물 ☞ http://www.pinterest.com/jacquetj/just-call-me-monamona-lisa-parody/

   

  



트레이스(트레이싱)

 

좌) 로이 릭턴스타인의 모나리자.

여타 다른 모작들은 전체를 겹쳐보았을때 약간씩 어긋나는데 반해, 이건 완벽하게 일치하므로 트레이싱으로 구분해둠.


트레이싱이란 원본을 밑에 깔고 베끼거나 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작화 도구 등을 사용해

원작 윤곽선의 전체 또는 일부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모사 기법

모나리자란 작품 자체는 저작권이 없어서 자유롭게 트레이싱해도 되는 프리소스라 아무 문제없다

그래서 위 작품은 무단 트레이싱 도용작이 아닌 그저 트레이싱 기법으로 그려낸 패러디 작품 되는 것.


의도적으로 모방하거나 트레이싱한게 아닌 한, 각기 다른 그림의 전체 또는 부분의 형태가 완벽하게 일치할 확률은 매우 낮다. 

정말 우연만으로 트레이싱이다 의심할 수준의 놀라운 일치도를 보일 수 있는건 딱 한가지, 바로 같은 작가의 작품일 경우.




참고 (아류)

  

좌) 원작 모나리자를 보고 그렸다는 라파엘로의 모나리자 스케치.

우) 그 스케치를 토대로 그린 듯한 외뿔 송아지(유니콘)를 안은 여인.


  

(원작은 배경 양쪽의 두 기둥 부분이 소실된 상태라 초기 모작으로 비교)

인물의 구도와 배경의 특징이 일치. 확실히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라파엘로의 작품을 보면 인물의 이목구비와 목~어깨선, 손의 형태가 레오나르드의 그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애초에 레오나르드 다 빈치를 존경한다고 공언하며 그의 화풍과 표현기법을 모방하며 실력을 쌓았다고도 전해진다. 미켈란젤로는 회고록을 통해 라파엘로를 남의 그림이나 따라하는 '아류'라 욕하고 있다. 아류(亞流) : 문학예술, 학문에서 독창성이 없이 모방한 것, 또는 그런 사람. 


'참고'란 원작의 구도와 소재, 표현기법 등을 재료 삼아 자신의 화풍으로 응용한 것.

참고(參考) : 살펴서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음. 모사가 눈으로 보고 흉내내서 그리는 거라면, 참고는 구조와 형태와 기법을 머리 속에 담아서 분석해가며 자신만의 해석과 취향을 담아낸다는 느낌이다.


그림같은 시각적인 매체는 참고와 표절의 경계가 굉장히 애매해서 딱 잘라 구분하기가 힘들다. 음악이나 학술논문처럼 몇마디 이상이 같으면 표절이란 식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보는 사람이 원작을 연상하면 표절이라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 뿐이라, 악질적인 진짜 표절작을 가지고 법정 공방을 한다해도 판사가 이 분야에 무지한 사람이라면 표절로 보기 어렵단 어이없는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려놓고 보니 이미 비슷한 구도의 그림이 있다'는 것과 '어차피 흔한 구도니까 내가 따라해도 모르겠지'를 구분해내는건 어렵다.대게 패러디나 오마주를 의도한 것이 아니면서도 한눈에 보고 바로 원작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 그런 작품이 한두개가 아닐수록 표절이고 도용이라고 화제가 되는게 아닐까 싶지만... 같은 것을 보거나 같은 생각을 떠올린 창작자들의 작품이 우연의 일치로 겹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또 아니라서 아류, 표절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야 한다.